컨시어지 IT수다 #1 [왜 그 엔지니어는 결혼을 하지 못했을까?]


IT엔지니어들의 명절 불만


 요즘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대규모 IT작업 특히 IT시스템 교체나 대규모 전환, 스토리지 신규 설치 및 교체 작업등은명절 연휴기간에 집중되었습니다.


이유는 여러분이 추측하시는 대로 대규모 IT시스템 설치나 교체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고객서비스 즉 매출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간을 선택하기 때문이죠. 위와 같은 이유로 IT엔지니어들은 명절때 작업일정이 많이 잡히게 됩니다.


이번에는 이런 엔지니어 숙명으로 결혼을 하지 못한 슬픈(지금은 슬펏던으로 해야 겠네요) 엔지니어의 실제 이야기를 한번 들려 들릴까 합니다.


초대형 스토리지 구축 프로젝트


 지금이야 기업 스토리지를 클라우드나 IDC센터로 운영을 많이 하고 있는 추세지만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어느정도 규모있는 기업들은 자체 전산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필자가 근무하던 회사도 예외가 아니었죠.

 당시 우리 회사는 대규모 SAN 스토리지를 도입하기로 했고, 1년간의 검토 끝에 H사의 50TB 스토리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이야 50TB가 우습지만, 15년 전에는 혁신적인 용량이었습니다!)


 경영진도 큰 비용을 투자한 만큼 관심이 높았고, 우리 IT팀도 이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설치 후 초기 3일 동안 엔지니어들이 상주했고, 이후에는 매주 한 번씩 방문해 점검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담당 엔지니어 ‘송 대리’와 친해졌습니다. 잦은 야근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고 무엇보다 나이차이도 적고 같은 지역 거주자로서의 공감대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였죠. 사실 고객사 담당자 입장에서 벤더 엔지니어와 친해지는 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송대리의 명절 스트레스


그러던 어느 날, 명절을 앞두고 송 대리와 나눈 대화입니다.

김 대리: 대리님은 야근이 많아서 힘들지 않아요?
송 대리: 에이~ 대리님도 야근 많으시잖아요. 물론 힘들긴 한데, 그래도 수당도 나오고 다음 날 오후 출근할 수도 있어서 괜찮습니다.
김 대리: 그나저나 추석 연휴가 꽤 긴데, 미혼이라 푹 쉬시겠네요?
송 대리: 대리님, 그런 소리 마세요… 명절만 되면 스트레스입니다.
김 대리: 혹시 어른들께 결혼 압박 받으시는 건가요?
송 대리: 그것도 있지만, 사실 이번에 여자친구와 결혼하기로 했거든요. 문제는 여자친구가 외동딸이라 친척들이 저한테 관심이 많아요. 작년부터 명절에 꼭 인사 오라고 하셨는데, 먼 지방이기도 하고 저는 매년 명절마다 작업이 잡혀서 못 가고 있습니다.
김 대리: 헉, 그럼 이번에는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작업에서 빠지면 되잖아요?
송 대리: 안 그래도 이번에는 결심했어요. 지금까지는 제가 막내라 희생했지만, 이러다 결혼 못 할 것 같아서요. 이번에 안 빼주면 진짜 사표 던질 겁니다!
김 대리: (진심이다…) 이번엔 꼭 인사 가세요! 절대 놓치지 마시고요!


IT 엔지니어들의 숨은 희생


 엔지니어, 특히 명절 작업을 많이하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송 대리의 사연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수많은 시스템들이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이메일, 업무 솔루션은 수많은 IT 엔지니어들의 노고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됩니다. 은행 서비스, 온라인 쇼핑, 검색 포털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IT 서비스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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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달 전

요즘도 명절이나 연휴에 작업하는곳이 많죠. 금융이나 제조업은 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네요.

| 2달 전

네 맞아요. 현실적으로 아직도 그렇긴 하죠

| 3달 전

지금은 예전보다는 정말 많이 덜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저의 20대, 30대는 비슷한 상황이었던거 같네요....

그래도 일찍 결혼을 해서 다행이지 안그럼 못했을 지도 ㅎㅎㅎ

| 2달 전

요즘은 그래도 많이 달라졌죠

| 3달 전

와~ 옛날 생각나네요...

재혼, 삼혼 ~ 그 이상 하지 않는 이상 평생 한 번 하는 결혼, 신행 이틀 더 갔다 왔다고 눈치를 엄청 주던 그들의 면상이 떠올라 갑자기 욱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개발자 생활 정리함 ~ 욕만 나옴 @@

| 3달 전

신혼여행 이틀 더 갔다고 눈치라니 ㅠㅠ 너무 하네요

| 3달 전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동일할것 같아 웃프네요

| 3달 전

그래도 앞으로는 많이 달라지겠죠 지금도 보면 십년 이십년전보다는 좋아지고 있는듯 합니다

| 3달 전

ㅎㅎ

내용 잘 봤습니다.

| 3달 전

넵 감사합니다

| 3달 전

항상 큰 작업은 휴일에 그리고 철야 작업 ㅠㅠ  날밤 샌적이 많았습니다 ㅠㅠ

| 3달 전

그렇죠 어쩔수없는 숙명일수도 ㅜ

| 3달 전

저도 결혼전에 프로젝트진행할때 매주 주말마다 IDC 작업이 있었는데...그것도 심야시간 (밤12시~새벽6시)

몇달을 그렇게 하니 여자친구가 IDC 에 몰래 왔었습니다 진짜 일하고 있는지 확인한다고 ㅎㅎ

추억이네요...

| 3달 전

어이구.. 고생 많이 하셨네요 매번 밤샘하니.. 일반적인 시각에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요

| 3달 전

그래도 송대리는 했네요


지금 송대리는 김대리를...

| 3달 전

결국 하긴 했지요^^

| 3달 전

수고들 하십니다.

| 3달 전

2000년대만 하더라도 IT엔지니어들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 3달 전

열정이 부럽네요 LoL

| 3달 전

그시절엔 그랬죠. 젊기도 했구요.^^

| 3달 전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IT 서비스 뒤에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겁니다. 이제는 그들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겠습니다 ^^

| 3달 전

👍 정말 엄지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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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달 전

제가 결혼할때도 메인 전산 시스템 교체를 막 끝낸 시점이라... 휴일에 결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일때도 지극한 연세의 오너께서 수시로 전화하셔서 장모님께서 상당히 놀라기도 했었죠.

요즘은 업무시갼에도 직접 전화할일이 거의없고 전화하더라도 비서 통해서 연락이 오는데...ㅎㅎ

| 3달 전

대표님께서 휴일에도 직접 챙길정도면 부담이 상딩하셨겠네요!

| 3달 전

잘보고 갑니다~

| 3달 전

넵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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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 2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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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 약 2달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