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전산담당자로 일을 한지가 2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익명(?)으로 올리기 좋아서 푸념을 남기고 가봅니다.. ㅠㅠ

전에는 회사에서 전산 혹은 총무/구매 담당자분들께 솔루션 제안하고 유지보수 하는 일을 해오다가 한 회사의 시스템을 전부 잡고 정리를 해야 하는 일을 하게 되는게 겁은 났지만, 그만큼의 비용으로 보상 받는 다는 점 하나와 장기적으로 보면 제대로 뭔가 해야지 어설프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업종을 전환? 하게 됐습니다.

옮겨간 회사의 시스템은 꽤나 노후 했습니다. 이전의 전산담당자는 10년이상을 업무 보시다가 퇴사를 하신 상황이며, 심지어 퇴사 후 새로운 인원을 채용하는데 걸린 시간의 공백으로 인해 공식적인 인수인계는 사실상 서버실에서 미팅을 2시간 정도 하면서 간략한 서버의 패스워드와 IP정도 설명 듣고 끝났습니다.

사실 더 받을수도 있었지만, 회사를 상대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어느정도는 다 제안해봤기에 역으로 확인하는게 어렵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되기도 했고, 도움을 얻어야 할 부분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자체 개발한 ERP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가 걱정이 많이 됐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뜬금없이 취미생활로 했던 기초적인 Web에 대한 지식과 전공 지식가지고 어찌저찌 적응을 해갔습니다. 사실 회사의 시스템이란게 업무적으로 개인의 전문역량 부분도 필요하지만 융화나 기존에 업무가 어찌 처리됐는지에 대한 히스토리를 알아야 하는데 불행중 다행인 부분은 전자결재 시스템이 도입된 그룹웨어가 있어 왠만한 자료는 다 확인이 가능했었다는 점일겁니다.

물론 그 자료들중 일부의 자료는 결재를 위한 최종자료뿐이고 중간단계의 견적, 관련 자료는 대부분 유실되거나 은폐되었다고 판단이 됐고, 그 와중에 기존에 소프트웨어 구매 기안상에 데이터가 안맞아 확인을 요청하니 어렴풋이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2달정도의 시간이 흘러, 기초적인 인프라는 안정적으로 돌리는데 문제가 없어졌고 ERP시스템에 대한 부분과 다른 연동 하는 문제등은 어떻게 또 독학으로... 어떻게 어떻게 잘 풀어 나갔습니다.

전산쪽의 업무가 무난하고 수월하게 처리되기 시작하니, 엉뚱한 일이 생겨나기 시작해서 선을 넘는 일이 발생했는데 사전에 그걸 충분히 차단하지 못한게 어떻게 보면 큰 실수였던것 같습니다.

1인 담당자라고 해봐야 직급이 대리급이니 여기저기 치이기 딱 좋은 상황이고, 전산업무는 수월하게 해결이 되기 시작하니 다른 부서/팀에서 뭔가 전산이랑 연결이 1이라도 있으면 하나씩 둘씩 제쪽으로 던지기 시작합니다. 전화는 인터넷폰이잖아, 같은 논리였죠

그래도 전산업무가 소요가 긴급하게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뭔가 하긴 하는데 노는거 같아보이고 뭔가 일거리를 좀 도와달라고 주면 이직해온 굴러온 돌이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대응을 하다가 점점 감당 못할일이 들어옵니다. 배속부서는 인사/총무업무를 같이 보던 팀이니 일단 일을 더는게 목적이고 같은 팀 일이니 도와야 하지 않냐, 어차피 이 일이 전산시스템으로 전환되려면 니가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말이 틀린건 아니지만 시스템 전환이 목표인건 아닌게 뻔히 보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인사/총무 업무를 서포트하기 시작하고 나니 이제 제가 전산담당자인지 그냥 일반 사무직원1인지 헷갈리는 시점이 오기 시작했고, 업무량의 1/3정도는 전산이 아닌걸 하는거 감안하고 입사했지만 그 비중이 역전되는 상황에 들어가버렸습니다.

명확한 전산담당자라는 서포트를 받지 못했고, 일단 인원이 부족하니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건 도와야 하지 않냐는 윗분들의 상황조정에 대한 대응 노후화된 시스템 개선이나 시스템 매뉴얼도 없어서 제대로 쓰지도 못해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은 설명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업무시간에 업무하고 야근하면서 전산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한지 6개월, 결국 두손 들었습니다.

결국 올해 초 퇴사를 결심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제서야 사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온갖 감언이설을 했지만 어차피 퇴사의사를 밝힌 이상 되돌아간다고 한들 일시적으로만 좋을것이고  대체인원 찾으면 치워버리려고 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깔끔하게 정리 했습니다.

나오는 과정도 쉽지가 않은게 1인 담당자였습니다. 인수인계라고 받은거 생각하면 다 내팽겨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간 해왔던 업무에 대한 종이로 된 그룹웨어와 ERP간 연동관련 문제라던지, 외부에서 필요에 의해 사용 가능한 API 작성이라던지, 잘하는 프로그래밍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만들었던 업무 관련 애드온 프로그램 등에 대한 부분도 정리해서 넘겨주고, 현안에서 중요한 문제가 있던 부분은 전부 문서화 해서 이후 올 사람이 보면 어느정도 적응 할 수 있도록 작성을 했습니다.

물론 제 나름의 기준으로 만들다 보니, 이해가 잘 안가거나 어려울수도 있었을터라.. 이후에 온 분은 따로 한번 만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문제있을 부분에 대해 이야기는 했습니다. 저보다 더 실력이 좋으실 분이라 이후에 연락이 거의 안오긴 하고 있네요.


그리고 새 회사도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전산팀으로 꾸려져 그래도 인원이 조금 있었는데, 이런저런 사유로 팀이 해체되고 업무량이 줄어들면서 인력교체가 되는 상황이라 긴급채용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1인 담당자로 업무 보시면서 고생이 많으셨겠더라구요, 인수인계는 길게 받지 못했지만 개발쪽을 주로 하시던 분이라 인프라쪽에 대한건 또 다시 처음부터 하나 둘 되짚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버들 구성 현황, 서로 뭐하고 있는지, 개발상에선 뭐가 어떻게 어느쪽에서 어느쪽으로 뭘 주고 받는지.. 백업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등... 

그래도 이전 회사보다는 나아졌다면 인프라 부분에서도 노후된 시스템은 겪지 않아도 되고, 업무적으로도 집중할 환경은 어느정도 있어서 좋아진 것 같습니다. 

여전히 1인으로 모든걸 다 해야 한다는건 어렵겠지만, 가능한것과 불가능한것을 나누고, 업무적으로 정확하게 할 수 있는것과 못할것에 대해 나눠진다면 업무를 보기 나아질것도 같습니다. 사실 새로 구할 직장은 팀 형태로 최소 전산담당업무를 나눠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랬는데 일단 이곳에서 열심히 하다가보면 새로운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길다면 긴 푸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전산담당자님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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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6년 이하 전

저도 1인 전산입니다 ㅜㅜ

심지어 여기올때 인수인계 조차 못받았어요..
| 6년 이하 전

하이고 고생 많으십니다.
하지만 지금 고생하시면서 쌓은 경험이 분명 본인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무작정 혼자서 그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회사에 본인 혼자서 일을 처리 했을 때의 업무 처리 속도, 양, 문제 발생 빈도 수, 직원 만족도 등등을 정량화 시켜서 인원이 추가 됐을 때 이만큼 좋아 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이렇게 보탬이 된 다는 내용을 준비해서 어필 해 보세요.

회사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비용으로만 접근 할 텐데, 단기적인 비용 절감 보다는 지금 좀 더 투자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이익이다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6년 이하 전

고생하셨네요. 
디비 (sql server ) 관련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이야기 해주세요. 
당연히 비용 없이 도움 드릴게요 
| 6년 이하 전

일단 힘내시구요! 회사 상황봐서 충원할 수 있도록 잘 준비(명분만들기) 해보세요.

1인은 일의 양을 떠나서 정말 외롭고 힘듭니다.
| 6년 이하 전

힘내세요. 조금 더 힘내시다 보면 일을 도와줄 팀원들이 생기거나, 회사가 나를 너무 방치 한다 싶을땐 그간 쌓은 노하우로 이직을 생각 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힘든 시기에 많은 것들 얻으시고 배우시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을테니 화이팅 하십시요.
| 6년 이하 전

1인 전산... 혼자서 거의 10년넘게 하다가.. 요 몇년사이에 인원들을 충원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산쪽 인프라가 중요시 하다는것이겠지요?^^
힘내세요!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 6년 이하 전

필요성을 느끼는 윗분들의 결심이 서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ㅠㅠ 감사합니다.
1st 5stars
| 6년 이하 전

고생 많으셨네요.
능력이 있으셔서 이직도 잘 하시는 것 같고...
학교 쪽 제안, 유지 보수 등을 하다가 직급도 없이 현직장으로 와서 직원들 하나 둘 늘리면서 20년이 다 되어 가도록 붙어 있네요.
처음에는 3년 정도만 일하다 옮겨야지 했다가 3년이 5년 되고, 5년이 7년... 그러다 10년, 15년 넘어가고 이젠 어디 받아 줄데도 없는 것 같아 꾸역 꾸역 붙어 일하고 있는 실정이네요.
| 6년 이하 전

능력보다는 재수가 좋았던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저는 정통파보단 사짜스러운 면이 많은데 그게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ㅠㅠ
| 6년 이하 전

1인 전산 화이팅입니다.
저도 경력 뭉게고 사원으로 이직해 2년되갑니다.
| 6년 이하 전

고생 많으시네요... 화이팅입니다
| 6년 이하 전

좋은 자산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
| 6년 이하 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6년 이하 전

지금 경험하시는게 나중에 먹고사는 자산입니다. 저는 중견그룹에서 1인 보안담당자를 하다가 결국 그때 경험으로 컨설팅 업계로 들어왔죠. 그때는 눈물 쏙 빼도록 힘들었는데 다 자산이 되더군요. 화이팅입니다. 잘하실수 있을거예요. 
| 6년 이하 전

좋은 경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뭔가 더 좋은 결론이 날수 있게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 6년 이하 전

1인전산 파이팅입니다

             -지나가던 1인전산 ㅠㅠ -
| 6년 이하 전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 6년 이하 전

글에서 미생님 노고? 가 느껴지네요, 힘들지만 성장의 기회가 되시길요
| 6년 이하 전

성장의 기회를 가지려고 나름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ㅠㅠ
| 6년 이하 전

1인전산+낮은직급으로 인한 치임+부서간 알력싸움에 새우등 터짐+부족한 예산

많은 중소기업 전산의 현실이죠 

그래도

파이팅입니다!

 
| 6년 이하 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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